[인터뷰] “해외 동포들, 한반도 평화번영 기여 역할 소중”

, 보도자료

2021-03-03 (수) 한형석 기자

▶ 배기찬 민주평통 사무처장

▶ “한미 협력 강화·북한과 대화 재개·교류협력 필요, 평통위원들 평화공공외교·동포사회 화합 앞장서야”

배기찬 평통 사무처장이 해외 지역협의회들의 활발한 활동과 함께 미주 한인들의 평화통일을 향한 역할과 기대를 강조하고 있다. [평통 사무처 제공]

지난해 12월25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평통)의 제24대 사무처장으로 취임해 한국과 전 세계 평통 조직의 실무를 이끌고 있는 배기찬(57) 처장의 말이다. 대통령 직속의 헌법기관으로 평화통일 정책 의견 수렴 및 추진 기구인 평통은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장관급 수석부의장 아래 차관급인 사무처장이 전체 사무를 총괄하며 소속 공무원들을 지휘·감독하는 실무 수장 역할을 한다. 배기찬 사무처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캠프 출신으로 청와대와 국회, 그리고 민간 영역에서 폭넓은 활동을 해온 북한·통일전문가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 전 대통령을 수행해 평양에 갔었고, 2013∼2016년에 탈북민 사업과 통일문화·교육을 지원하는 통일코리아협동조합의 이사장을 지낸 경력도 있다. 한반도 및 주변 정세가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미국에서 조 바이든 새정부가 출범한 상황 속에 평통 사무처장을 맡은 배기찬 처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해외 최대 규모의 지역협의회들인 남가주 평통들의 활발한 평화공공외교 활동과 함께 미주 한인들의 평화통일을 향한 역할과 기대를 강조했다. 다음은 배기찬 처장과의 서면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남북 관계와 한미 관계가 전환되는 중요한 시기에 평통 사무처장을 맡았다.

▲중요한 시기에 큰 임무를 맡았다. 평통은 대통령께서 의장을 맡고 1만9,000명의 국민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통일정책의 책임자인 대통령과 통일의 기본적인 주체인 국민을 잘 연결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국민의 지혜와 역량이 모아져야 전환의 시기를 평화의 시기로 만들 수 있다. 적극적 소통으로 국민의 뜻을 모으고 전략적 사고로 시대의 요구에 부응토록 하겠다.



-부임 뒤 평통 사무처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취임사에서 ‘비전에 충실한 조직, 사명에 성실한 사람’이 되자고 하면서 적극행정과 소통, 효율적이고 창의적이며 전략적인 일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행정실장을 포함한 전 사무처 직원, 전국의 지역협의회 회장, 나아가 전 세계의 간부자문위원과 화상회의를 가졌다. 또한 평통은 의장인 대통령에게 정책을 건의하고 자문에 응하는 기구인 만큼 사무처 직원과 자문위원들은 의장과 같은 수준의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직원들이 정책을 기획하고 정세를 분석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하고 있다.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정책이나 목표는

▲지난 1월말 운영위원회를 개최해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중점 추진 과제로 우선 정책 건의의 적실성과 현장성을 높이려고 한다. 다음으로 평화 담론을 확산하면서 생활 속에서 체감하는 평화 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또한 남북합의 이행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교류협력의 기반을 조성하고자 한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지자체가 교류협력의 주체가 됐는데, 228개 시·군·구에 협의회가 있고 광역 단위에 지역회의가 있는 평통은 지역단위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작년부터 진행해 온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와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 지원 활동을 지속하면서 평화기반을 다지겠다. 해외 자문위원들과 함께 평화공공외교도 계속 추진하겠다.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82년 대학 1학년 때 고통스런 시국에 직면해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를 고민했다. 이때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사랑’이고, 이를 우리 민족에게 적용하면 ‘통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랑도 통일도 모두 ‘하나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후 통일을 위해서는 먼저 민주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민주화와 통일에 헌신했다. 25년 전 미국에서 공부할 때 “미워함이 살인에 이른다”는 말씀으로 회개하고, 사랑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크리스천이 됐다. 지난 40년간 연구소, 국회, 청와대, 기독교단체, 시민사회 등에서 평화와 통일을 위해 다양하게 활동했다. 답답한 현실과 곤고한 생활에 절망한 적도 많지만 사명과 비전에 충실하려 한다.



-남북관계와 외교 일선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과 보람 있었던 일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했을 때다. 1997년 10월 하버드대에서 ‘북한의 체제변화를 위한 국제협력’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었는데,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이 북한사람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고 들었다. 이후 매일 점심을 금식하며 북녘동포들을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꼭 10년이 지난 2007년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해 북한동포를 만나고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인 ‘10·4선언’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가장 보람된 일은 2005년 ‘코리아, 생존의 기로에 서다’라는 책을 쓴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이 책을 ‘외교 안보 정책의지침서’라고 격찬하시면서 청와대와 국무위원, 외교관, 군 지휘관을 비롯해 모든 국민에게 일독을 권한 적이 있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북 관계의 변화,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 한국의 역할은

▲어려운 시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코로나 극복과 경제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블링컨 국무장관이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했지만 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북한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1월 초 8차 당대회를 열고 새로운 경제발전계획을 수립했는데, 한 달 뒤 제8기 2차 전원회의를 열어 경제계획을 다시 점검했다. 한 달 만에 경제부장을 교체하고 비상설경제발전위원회를 신설했다. 경제발전에 대한 의지는 강하지만 상황은 어렵다는 방증이다.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을 중시하고 정책담당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만큼, 동맹인 한국의 입장을 중시하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한다. 북한도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경제발전이 어렵기 때문에 협상에 나올 수밖에 없다. 미국에 대해 ‘강대강 선대선’원칙을 말했는데 이것은 조건을 맞춰 달라는 이야기다. 결국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이 대안을 선제적으로 만들고 이를 미국과 북한에 설득하며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한미 협력을 강화하면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

-남북관계 전망과 나아가야 할 방향은

▲남북과 북미가 맺은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서 관계가 경색됐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지 못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푸는 열쇠는 합의 이행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합의 이행을 강조했고, 김정은 위원장도 당대회에서 남북합의를 언급했다. 미국과 북한도 2018년 싱가포르에서 새로운 관계로 나갈 것을 합의했다. 남·북·미가 합의한 내용을 토대로 전진해야 한다. 특히 올해는 남북이 유엔에 동시가입하고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한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남과 북이 서로의 정치적, 국가적 실체를 인정하고 이를 토대로 자유롭게 어울려 사는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남가주 평통 자문위원들에게 바램은

▲남가주 지역은 재외동포 숫자도 많고 정치인과 학자 등 여론주도층이 포진한 공공외교활동의 중심지다. 그만큼 평통의 활동도 활발하다. LA협의회는 지난해에 세 차례에 걸쳐 ‘LA지역 의원 보좌관 및 공화, 민주당 관료 간담회’를 열었고, 오렌지·샌디에고 협의회는 ‘세계 여성위원 컨퍼런스’를 개최하여 좋은 성과를 냈다. 올해에도 자문위원들이 평화통일에 대한 전민족적 의지와 역량을 결집하고,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평화공공외교를 적극 실천하리라 기대한다.

-해외 지역협의회들이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자문위원은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코리아를 만드는 개척자이자 선구자다. 미·중 패권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이때 전국민적인 지혜와 힘을 결집하지 못하면 역사의 격류에 휩쓸릴 수 있다. 해외 협의회는 동포사회에서 소통과 통합의 중심축이다. 다양한 경험과 견해를 가진 분들이 자문위원으로 있기 때문에 이견이 없을 수 없지만, 이것이 갈등과 배제로 이어지면 한 걸음도 내디딜 수 없다. 서로를 존중하면서 협의회를 단합시키고 동포사회를 통합하는데 더욱 힘써주길 바란다.

-LA와 미주 한인들에게 한 말씀

▲작년에 LA협의회에서 실시한 ‘해외동포 통일의식 구조’ 결과를 보면 78%가 한반도 평화통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동포들은 평화통일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 한 분 한 분이 희망을 품고 평화통일의 씨앗을 키운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코리아’는 고래싸움에 등터지는 새우처럼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사이에서 나라를 잃기도 하고 전쟁의 진원지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고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넓은 바다를 누비는 영민한 돌고래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5,000만 국민과 750만 동포들이 노력한 결과다. 이제 한반도는 평화의 발원지, 번영의 중심축이 돼야 한다. 해외 동포 여러분들이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코리아’를 만드는데 앞장 서 주시길 바란다.

■ 배기찬 사무처장 약력

-대구 달성고·서울대 동양사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하버드대·도쿄대 객원연구원
-청와대 정책관리비서관실 행정관
-국회의장 정책비서관
-청와대 동북아비서관·정책조정비서관
-남북정상회담 수행원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 초빙교수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
-문재인 대통령 EU·독일 특사대표단
-대통령소속 정책기획위원회 평화번영분과 위원, 신남방특별위원회 위원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립외교원 고문
-평통 사무처장 취임(2020.12)

<한형석 기자>